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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도 입학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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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1월 23일 (금) Berkshire School 과 Hotchki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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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rkshire School ]
오늘 아침의 인터뷰는 9시이다. 어제 저녁 투숙한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짐을 다 싸들고 우리는 다시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마다 이 짐 정리하는 것도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하긴 한번도 한 장소에서 2일 이상을 머문 적이 없으니 저녁에 호텔에 들어가면 가방에 있는 짐을 다 꺼내지 않고 꼭 필요한 것만 빼낸다. 그래야 아침에 짐을 간단히 꾸려 즉시 이동을 하기 때문이다. ‘이제 오늘이 인터뷰 마지막이니 열심히 하자. 알았지?’ 하고 이야기를 하니 학생들이 ‘예’ 하고 대답을 한다.
학교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킨 뒤 입학 사무실로 들어가 학생들의 이름을 대니 행정을 담당하는 다소 젊은 미인형의 여자가 투어를 담당할 학생이 올 때 까지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잠시 뒤 미국 남학생 둘이 입학 사무실로 들어왔고 우리는 그들의 안내로 학교 투어를 하였다. 사실 이 학교는 거의 해마다 방문하는 대표적인 학교 중 하나이기에 나에게는 아주 친숙하다고나 할까? 따라서 학생이 맨 처음 입학 사무실을 나와서 어느 방향으로 길을 잡느냐에 따라 ‘아, 이 학생은 어떠어떠한 식으로 투어를 할 생각이구나!’ 하고 감을 잡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이번에 우리의 투어를 담당하는 이 두 학생은 남학생치곤 아주 꼼꼼한 것 같다.
그들의 안내로 이전과 다름없이 교내 주요 시설들을 하나하나 다 구경했는데 이에 덧붙여 이들 학생은 우리를 새로 지은 체육관까지 안내했다. 이곳은 입학 사무실로부터 살살 걸어서 약 10여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나는 이전에 이 체육관 내부를 본 적이 없기에 내심 많은 기대를 했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니 내가 생각했던 체육관이 아니고 커다란 아이스링크가 2개가 있었다. 미국 동부에 있는 학교들, 특히나 뉴잉글랜드(New England) 지역이라고 해서 메인(Maine), 뉴햄프셔(New Hampshire), 버몬트(Vermont),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코네티컷(Connecticut) 그리고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 이렇게 동부 6개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학교들은 상호간에 운동, 예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또한 시합도 같이 하곤 한다. 그래서 이들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학교들을 방문해보면 이렇게 아이스링크를 가지고 있는 학교들이 상당수 있다. 그만큼 이들에게는 이 아이스하키가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라는 의미이리라. 그런데 이번에 막상 새로 지은 체육관이라고 와서 보니 다른 시설은 없고 아이스 링크만 두 개 덜렁 있다는 것에 다소 의외이기도 했다. 하긴 이 학교는 원래 하키로 유명한 학교이다. 나는 투어를 해 준 미국 학생에게 ‘너 학교에서 아이스하키 하지?’ 하니 ‘그렇다’ 고 한다. 나는 ‘아, 그래서 요놈이 우리를 이곳으로 안내했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너 이곳에서 시합해본 적 있니?’ 하니 그렇다면서 너무너무 시설이 좋다고 한다. 하긴 시설들 둘러보니 그럴 만도 했다.
여하튼 잘 지어진 체육관을 보고 우리는 다시 입학 사무실로 돌아왔고 이에 학생들은 인터뷰를 위해 입학 담당자의 방으로 올라갔고 부모와 나는 커피를 한잔씩 마시며 기다렸다. 잠시 뒤 한 학생이 예상보다 일찍 인터뷰를 마치고 나왔고 다른 학생은 의외로 오래 인터뷰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이에 우리는 2층에 있는 한 입학 담당자의 방으로 이동을 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선 학생들과의 인터뷰 결과를 각 담당자들로부터 들은 우리는 나름대로 궁금한 점에 관해 질문을 하였다. 특히 너무 공부보다는 운동에 치중을 하는 경향이 있지 않느냐는 우리의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며 전인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해주었다. 즉 학생들이 각자 해야 할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체력 증진, 다양한 정서함양도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이들과 대화를 다 마친 뒤 우리는 그들과 작별인사를 한 뒤 학교를 떠났다.
[ Hotchkiss School ]
이제 오후 1시 35분에는 이들로서는 마지막 인터뷰가 될 허치키스(Hotchkiss School) 학교로 가야 한다. 시간이 다소 어중간해서 우리는 역시 맥도날드에 가서 점심을 먹고 시간에 맞추어 학교로 이동했다. ‘자꾸 내가 좋은 학교, 좋은 학교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지금 방문하는 학교는 진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학교 중 하나입니다. 한 번 가서 보세요. 참고로 이 학교의 체육관은 천팔백만불 즉, 한화로 어림잡아도 약 200억 들여서 지은 거래요’ 하고 이야기하며 학교로 향했다. 정문을 통과하면서 안으로 들어가니 명불허전이라고 벌써 차안에서 ‘와!’ 하는 탄성이 들린다. 차를 주차한 뒤 입학사무실로 들어가 학생들 이름을 대고 잠시 기다리는데 의외로 꽤 많은 가족들이 인터뷰를 하러 온다.
이 학교 역시 두명의 학생들이 와서 우리의 투어를 안내했고 우리는 그들을 따라 행정실, 도서관, 식당을 보고 이어 밖으로 나가 학교의 자랑인 체육관으로 이동을 했다. 안으로 들어가 올림픽 경기를 개최해도 될 정도의 우수한 수영장을 비롯한 농구장 등 주요시설을 다 둘러보고 다시 나와 기숙사, 교실 등을 보았다. 특히나 거의 대다수의 교실은 학네스 테이블(Harkness Table) 즉, 타원형 테이블이 비치되어 있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토론으로 진행되어지는 수업방식이다. 이어 멀리 아름다운 호수가 바라다 보이는 음악실, 개인 연습실 그리고 아주 고혹적인 음악당(Concert Hall)까지 다 둘러보는데 여기저기서 나지막한 탄성이 나온다. 하긴 이러한 학교 시설을 둘러보면서 무감각하다는 것은 말이 안되리라. 학교를 다 둘러보고 우린 다시 입학 사무실로 돌아왔고 이에 학생들은 각각 입학 담당자들과 함께 인터뷰를 하러 갔다.
‘어떠세요, 학교?’ 하고 부모들에게 물으니 ‘아주 좋네요’ 한다. ‘그러니 이렇게 지원자 수가 많죠. 그죠?’ 우리는 주위를 쭉 둘러보며 인터뷰를 하러 온 가족들을 살펴보았다. 한국도 교육열이 대단하지만 중국인들도 대단하다. 지금 이곳에도 우리를 제외한 동양인 가족이 두어팀 보이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한 학생이 인터뷰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는데 이 담당자는 작년에 내가 이 학교에 한 학생과 왔을 때 그 학생의 인터뷰를 담당했던 분이다. 아주 성격이 꼼꼼해서 나름대로 마음에 드시는 분이기도 하다. 그녀는 두 부모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인터뷰 한 학생의 부모하고만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에 인터뷰를 했던 학생의 부모 그리고 나는 그녀의 안내로 방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선 그녀는 인터뷰 결과를 간단히 설명하고 학생이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어떤 언어로 수업을 하고 있냐고 물었다.
영어로 수업을 한다고 하니 학생의 토플 및 SSAt 점수를 물어보았다. 아마도 내 개인 생각이지만 학생과 인터뷰를 하면서 나름대로 학생의 영어가 좀 세련되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은 것 같다. 그러면서 그녀는 부모로서 느끼는 학생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해보라고 하였고 이에 부모는 그에 대한 답변을 하였는데 사실 그녀와 함께 한 시간의 대부분은 거의 ‘경청’ 수준이라고나 할까? 아무래도 연세가 많으신 분이기에 나름대로 삶의 연륜이랄까? 그녀는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였고 우리는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들어야 했다. 그 와중에 한 학생이 인터뷰를 마쳤고 그 학생의 부모 역시 인터뷰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와 작별을 했고 나는 다른 부모와 같이 다른 방으로 가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국인인 이 여자입학 담당자는 아주 자상하고 친절하게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고 이에 부모도 그녀의 태도에 흡족해 하는 것 같다. 그저 동양인은 동양인의 정서를 잘 아는 것 같다. 모든 대화를 다 나눈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으며 입학 사무실을 떠나기 전 행정을 담당하는 아주머니에게 미진한 서류들이 있는지를 마지막으로 검토하고 학교를 나왔다. 드디어 일주일에 걸친 모든 인터뷰를 다 끝마쳤다. 길다면 길 수 있는 이 일주일이 어느덧 다 지나가는 것을 보니 참으로 하루하루가 날아가는 화살과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앞으로의 일정은 일단 맨해튼(Manhattan)으로 이동을 한 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이어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을 관람하기로 했다. 예정시간보다 다소 늦게 학교에서 출발을 한 우리는 다소 속력을 내서 뉴욕으로 달렸고 맨해튼에 도착해서는 일부러 맨해튼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주요도로인 브로드웨이(Broadway) 길을 택해 운전해 가면서 주변을 구경하였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뉴욕은 지저분하고 정이 안간다. 다소 오래된 건물들도 많고 사람들의 얼굴 표정도 대부분 무뚝뚝하다. ‘이런 곳에서 살라면 살겠어요?’ 하고 나는 옆 자리에 앉은 아버지에게 이야기 하니 고개를 흔든다. ‘나 역시 정이 안간다’ 는 의미이리라.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짐을 부린 뒤 다소 부지런히 움직여 연극이 진행되는 마제스틱 극장(Majestic Theatre)으로 갔다.
저녁은 연극이 끝난 뒤 한국 식당에서 먹기로 하고 우리는 간단히 핫도그를 하나씩 먹고 드디어 말로만 듣던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갔다. 시간이 되어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시간이 될 무렵 주위를 보니 빈 좌석이 하나도 없다. 속물적인 생각이지만 내심 ‘떼 돈 버는구나!’ 하고 생각을 안할래야 안할 수 가 없다. 왜냐면 내가 앉아 있는 이 좌석의 입장료가 물경 $121.50이니 한화로 150,000원이 훨씬 넘는 금액이다. 단순히 생각해서 이 금액을 1,000개의 좌석으로만 곱해도 이번 단 1회 공연으로 대략 1억 5천이라는 금액이 창출되는 것이다. 드디어 막이 올라가고 연극이 시작됐는데 의외로 연극이 재미가 있었다.
‘야, 이래서 다들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의 유령하고 외쳐댔구나!’ 다소 문화 활동에 무지한 나는 두눈을 크게 뜨고 잘 짜여진 각본, 화려한 무대 세팅 그리고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을 했다. 옆에 앉은 아버지는 뭐가 그리 감명 깊은지 눈을 감고 연신 고개를 밑으로 떨군다. 1, 2부로 나뉜 연극을 다보고 우리는 배우들에게 기립박수를 쳐준 뒤 밖으로 나와 한국 식당으로 이동해서 늦은 저녁을 먹고 호텔로 향한다. 미국에 인터뷰 다니면서 오늘처럼 이렇게 문화 활동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아마도 오늘 이 감명은 나에게 오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그저 예술을 사랑하고 문화를 이해하는 부모들하고 같이 다녀야 이런 행운을 잡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빌어 이들 부모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내 옆 자리에서 열심히 감명 많이 받으신 아빠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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