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학생과 나는 아침 9시 예정인 윌리스턴 노스앰프턴 스쿨(Williston Northampton School)의 인터뷰를 위해 차를 달린다. 어제 저녁 늦게 브래들리 공항에 내려 그곳에서 차를 빌린 뒤 공항 근처에 있는 호텔에서 잠을 자려다가 아무래도 내일 아침 인터뷰를 갈 경우 도시인 스프링필드(Springfield)를 통과해야 하는데 출근길 교통 체증으로 인해 제 시간에 인터뷰를 하지 못할 것 같아 아예 늦더라도 차를 몰고 이 도시를 벗어난 뒤 호텔에 투숙하는 것이 좋을 듯 해 차를 몰고 달린 뒤 호텔에 체크인 하니 밤 11시가 훨씬 지나 있었다. 공항에서 저녁을 먹었는데도 밤 11시가 지나서일까 학생은 배가 고프다고 한다. 다행히 호텔에 근무하는 직원의 도움으로 머핀, 시리얼 그리고 우유를 챙겨 방으로 들고 가서 먹고 잤다.
 한참 자라는 시기라 먹고 나서 돌아서면 또 배고픈 게 바로 요맘때의 애들이리라. 부지런히 차를 달려 학교에 도착한 뒤 입학 사무실로 들어가니 이미 여러 가족이 인터뷰를 위해 와 있었다. 이 학교의 인터뷰 일정은 다른 학교와는 사뭇 다른데 우선 1차로 이 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교직원이 먼저 학교의 주요시설을 보여주고 이어 2차로 이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재학생이 그 나머지 부분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 학교에서 외국인 학생들의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의 안내로 우선 컴퓨터실, 교실, 행정실, 강당, 및 식당을 둘러보았다. 이 학교를 졸업한 아주 친절한 그녀는 학교 안내를 하면서 학생에게 이런저런 질문도 해가면서 가급적 많은 정보를 주려고 노력하였다. 개인적으로 이 학교는 여러 번 와봤기에 나에게는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학생에게는 이 새로운 학교가 아주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투어를 마치고 다시 입학 사무실로 돌아와 응접실에 앉아있는데 우리를 투어해 줄 학생이 나타나지 않는다. 행정을 보는 아주머니는 미안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어디론가 전화를 하면서 학생을 섭외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한 미국 남학생이 가쁜 숨을 내쉬며 급히 입학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늦어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학생의 안내로 투어를 시작하는데 몇 학년이냐는 나의 물음에 그는 12학년이라고 한다. 하긴 군대로 이야기 하면 말년 병장이고 곧 제대할 날짜만 기다리는 판인데 투어 시간이 이 학생에게 크게 중요하겠나 하는 생각이 드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학생은 의외로 넉살도 좋아 투어를 하는데 많은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예를 들어 이 학교 바로 앞길을 건너는데 한 아주머니가 모는 차가 과속에 걸려 경찰에 의해 벌금을 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에 학생은 ‘저 경찰차는 다른 데는 안가고 이 길에서만 몰래 숨어 있다가 학교 앞이라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과속을 하면 저렇게 와서 딱지를 뗀다’ 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채플과 지하에 있는 교실을 둘러본 뒤 체육관으로 가는데 그 경찰차가 와서 학교 체육관 앞 약간 움푹진 곳에 차를 주차하고 과속하는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학생은 저렇게 후미진 곳에 숨어서 과속하는 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였다. 어느 나라나 이러한 행태는 다 비슷한 것 같다. 스쿼시, 실내 수영장, 농구장, 라커룸 등 잘 만들어진 체육관을 다 구경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경찰차가 아직 그곳에 세워져 있다. 이에 학생은 ‘아직 과속하는 차를 못 잡은 것 같다. 아마 오늘은 벌이가 시원찮은 것 같다’ 고 한다. 학생 라운지, 미술실, 사진실, 기숙사 등을 차례로 둘러본 뒤 우리는 다시 입학 사무실로 돌아왔다.
잠시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으니 이 학교의 입학 부책임자인 윈스턴 밀러(Winston Miller)가 우리에게 와서 인사를 한 뒤 학생을 데리고 인터뷰를 하러 갔다. 나는 마침 이 학교에 딸을 데리고 인터뷰하러 온 한 한국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캐나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인데 미국으로 한 번 옮겨볼까 하는 생각에 지금 인터뷰를 다닌다고 하였다. 한참 이야기를 했을까? 아빠가 데리고 온 학생이 인터뷰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고 곧 이어 내가 데리고 온 학생도 밖으로 나왔다. 나는 다시 그의 안내로 그의 방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선 학생의 영어실력이 자기가 인터뷰 한 다른 한국 학생들보다 우수하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이 학생이 현재 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옮기려는 이유, 학생의 장래희망과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한 학생의 노력 등을 설명하며 입학을 위한 좋은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그와의 대화를 마쳤다.
 오후에 어느 학교로 가느냐는 그의 물음에 펌프렛(Pomfret)이라고 하니 입학 사무실에 친한 친구가 근무를 한다며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 같이 응접실로 내려온 뒤 학생과 같이 작별 인사를 한 뒤 우리는 학교를 떠났다. 이제 오후 1시 15분에는 펌프렛 스쿨(Pomfret School)의 인터뷰이다. 학교를 나오니 시간이 어느덧 11시 30분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실 이 학교에서 인터뷰를 빨리 마치면 학생을 한국식당으로 데리고 가 점심을 먹인 뒤 오후 인터뷰를 시키려 했는데 시간이 도저히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차를 달려 91번 도로를 타고 달린 뒤 다시 90번 도로를 갈아타고 동쪽으로, 그 뒤 다시 395번 도로를 타고 남으로 달렸다. 학생은 피곤했는지 차안에서 잠을 잔다. 아마도 긴장이 많이 되겠지. 그래도 첫째 날 나를 만났을 때는 아무래도 내가 어른이고 또한 처음으로 같은 방에서 지내는
거라서인지 상당히 조심스러워 하더니만 이제는 이틀을 같이 지냈다고 내가 한마디 하면 두 마디 하려고 하고 내가 하는 농담에 말대꾸도 하고 까불기도 한다. 언제나 내 나름대로의 철학은 ‘부모가 같이 동행을 안하고 나하고만 다닐 경우 학생을 최대한 편하게 해주어라!’ 이다. 그래야 학생이 인터뷰도 잘하고 같이 있는 동안 서로가 불편함을 못 느끼는 것 같다. 여하튼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 우리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주유소에 잠시 들러 간단히 소시지 버거를 하나씩 사먹고 학교로 달렸다. (미국 주유소에는 이렇게 간단한 음식들을 파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 도착하니 기막히게도 1시 15분이다. 속으로 ‘귀신이 따로 없어’ 하고 생각을 하며 우리는 입학 사무실로 들어갔다.
예전과 다름없이 입학 사무실에서 행정을 보는 아주머니의 따뜻한 응대로 잠시 소파에 앉아 있는데 이 학교에 12학년으로 재학을 하고 있는 한국 남학생이 와서 우리에게 자신이 오늘 투어를 맡게 되었다며 인사를 한다. 아주 의젓하게 생긴 학생의 안내로 우리는 이전과 다름없이 학교의 이곳저곳을 구경하였다. ‘학교 어떠니?’ 하고 물었더니 ‘정말 좋아요!’ 한다. ‘야, 너는 왜 이 아저씨가 물어볼 때 마다 다 좋다고 하냐?’ 하니 ‘모든 학교가 다 좋은걸 어떡해요!’ 한다. ‘봐라, 이 아저씨가 학교 선정 잘했니, 못했니?’ 하니 ‘잘했어요!’ 한다. 투어를 다 마친 우리는 다시 입학 사무실로 돌아왔고 잠시 후 학생의 인터뷰를 담당할 책임자가 나와서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한 달 전인 작년 12월 이 학교에 인터뷰를 하러 온 적이 있는데 그 때 담당을 했던 적이 있는 그녀는 나를 알아보곤 인사를 한다.
학생은 그녀의 안내로 인터뷰를 하러 들어갔고 이에 나는 행정을 보는 아주머니와 잠시 학생의 원서 상황을 점검하였는데 아직 추천서와 현재 학교의 성적표가 도착이 안되어 있었다. 저번 주에 선생님들이 다 부쳤다는 이야기를 학생이 들었으니 곧 도착할거라고 이야기를 해주며 다음 주에 연락을 한 번 더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뒤 잠시 소파에 앉아 학교 안내 책자를 보고 있으려니 학생이 인터뷰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이어 그녀는 학생과 나와 잠시 같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인터뷰를 잘 했으며 영어실력이 좋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나는 학생의 부족한 서류 그리고 이번 주말에 볼 SSAT 시험에 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담당자에게 학생의 입학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달라는 이야기와 함께 대화를 마쳤다.
이로서 오늘의 인터뷰도 끝이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 차를 타고 내일 있을 학교의 인터뷰를 위해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로 달린다. 호텔에 투숙을 한 뒤 잠시 쉬고 중국식 뷔페로 가서 배부르게 저녁을 먹는다. 빈 그릇이 몇 개 쌓이는지 보라고 호언장담하던 학생도 한 세 접시 열심히 갔다 먹더니 배가 부르다며 더 이상 못 먹겠다고 한다. 이로서 오늘도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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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입학 인터뷰 (2008년 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