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학교의 인터뷰는 오전 10시 30분이다. 다소 느긋하게 일어난 우리는 우선 씻고 아침을 먹은 뒤 학교를 향해 천천히 차를 몰고 갔다. 오늘은 이 학교 하나만 인터뷰가 있어서 심적으로 좀 홀가분하다. 학생도 지난 며칠간 피곤했는지 오늘은 호텔에 빨리 가서 좀 쉬자고 한다. ‘그러자꾸나. 인터뷰 끝나고 일단 한국 식당에 가서 맛있는 밥 먹고 하버드 대학 좀 구경하고 호텔로 가자꾸나! 그런데 너 인터뷰 잘 못하면 점심은 밥 대신 햄버거다’ 하니 ‘에이!, 걱정 마세요, 잘 할 자신 있으니까’ 한다. 학교에 도착해서 입학 사무실로 들어가니 행정을 보는 앤 모타(Ann Motta)가 다시 만나 반갑다며 인사를 한 뒤 잠시 응접실에서 기다리라는 이야기를 한다. 작년에 오고 올해는 처음인데도 내 얼굴을 기억하다니. 하긴 작년에 이 학교를 아마도 2-3번은 온 것 같다.
잠시 기다리며 차를 한 잔 하고 있으려니 한 한국 남학생이 입학 사무실로 들어오고 이에 우리는 그 학생의 안내로 학교 투어를 시작하였다. 부산에서 왔다는 이 학생은 다소 무뚝뚝해 보이지만 이야기할 때는 자주 웃곤 했다.
교실, 도서관, 채플, 기숙사, 식당, 체육관, 미술실 등 주요 건물을 쭉 둘러보는 도중 나는 학생에게 ‘이 학교 어떠니?’ 하니 ‘아주 좋은 것 같아요’ 한다. 그러면서 ’학교 분위기가 다른 학교와는 사뭇 다른 것 같아요. 어제 본 펌프렛은 귀족학교 같은데 이 학교는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인 것 같아요‘ 하고 나름대로 학교를 본 소감을 이야기 한다. ‘그러면 간단히 이야기해서 펌프렛하고 이 학교하고 단순비교하면 어디가 더 좋은 것 같니?’ 하니 ‘잘 모르겠어요!’ 한다. 하긴 그 말이 정답일거다. 이 아저씨도 만약 두 학교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어디를 골라야 할 지 모르니까. 학교 투어를 다 마치고 입학 사무실로 들어가니 앉을 틈도 없이 바로 학생의 인터뷰를 담당할 스티브 피에트라스젝(Steve Pietraszek)이 방에서 나와 인사를 한다. ‘나 본 기억이 나냐?’고 물으니 얼굴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하긴 이 담당자는 내가 약 2년 전인가 학생을 데리고 인터뷰를 왔을 때 담당했으니까 기억에 없을 수 도 있으리라. 그 당시 이 담당자는 아주 학생들과 학부형을 잘 대해준 기억이 나서 내심 이 담당자하고 인터뷰를 했으면 했는데 운 좋게도 이 사람하고 인터뷰를 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학생은 인터뷰를 하러 그의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차를 한 잔 마시며 학교 책자를 보며 인터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의외로 30분이 지나도 학생이 나오지를 않는다.
 ‘의외로 오래하네’ 하고 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학생은 약 40분이 지나서야 인터뷰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이에 나는 그의 방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는 ‘지금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전에 우리가 만난 것 기억이 난다’고 한다. 그러면서 학생이 영어를 아주 잘한다면서 현재 수강하고 있는 과목, 학생의 외국 경험 그리고 장래 희망 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뿐더러 학교를 옮기려는 이유 그리고 앞으로 우리 학교에서 하고 싶은 방과 후 활동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하였다. 이에 나는 학생이 꼭 학교를 옮기고자 하는 이유, 부모님의 학생에 대한 바램 그리고 추가적인 응시원서 서류들에 대한 부언을 하면서 이 학교는 내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학교 중 하나이며 그래서 이 학교를 학생과 부모에게 강력 추천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에 그는 우수한 학생을 추천해 주어서 고맙다며 학생의 원서 진행사항을 서로 연락하자고 하면서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이 학교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나의 말에 그는 웃으며 그 때 보자고 하였다. 밖으로 나온 우리는 다시 한 번 그와 작별을 한 뒤 학교를 떠났다.
이제 오후는 자유시간이다. 우리는 차를 몰고 보스턴으로 달렸다. 학생도 이제 인터뷰에 많이 적응이 되었는지 나름대로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어때, 인터뷰 잘 한 것 같아?’ 하니 ‘예, 한국음식 먹을 자격이 되는 것 같아요’ 그의 넉살스런 대답에 나는 한바탕 웃음을 지었다. 보스턴에 위치한 버클리 음대 바로 옆에 있는 한식 뷔페인 아리랑에서 배불리 점심을 먹고 우리는 하버드 대학으로 가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내일 있을 인터뷰에 맞추어 학교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한 호텔로 향한다. 약 3시 쯤 체크인을 했으니 모처럼 호텔에 일찍 들어온 것 같다. 간단히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둘이서 잠에 골아 떨어졌다. 아, 이 얼마 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움인가! 우리는 맛있는 오수를 즐긴 뒤 날이 어두워지는 저녁 무렵에 일어났는데 폭식을 한 탓에 아직 배가 불러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은데 학생은 벌써 배가
출출하다고 한다. ‘너 정말 의지의 한국인이다’ 하면서 ‘뭘 먹을래?’ 하니 피자 시켜 먹자고 한다. 피자 한 판에 콜라를 시켜 6 조각 중 2 조각은 내가 먹고 나머지 4조각은 학생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마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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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입학 인터뷰 (2008년 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