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5시에 웨이크업 콜(Wake-up call)을 부탁했음에도 나름대로 일찍 일어나야한다는 긴장감이 있어서인지 밤새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계속 뒤척거리다가 5시가 좀 안돼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씻고 짐을 챙겨 아래층으로 내려가 간단히 머핀과 오렌지 주스 한잔을 마시고 따뜻한 커피를 잔에 담아가지고 나온 뒤 차를 몰고 81번 고속도로를 달렸다.
 날씨는 아직 어둡고 도로에도 차가 간간히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 대략 7시 무렵이 되니 주변이 환하게 밝아오면서 운전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한참을 달리는데 갑자기 차 계기판에 경보신호가 뜨기에 자세히 봤더니 정비가 요구됨(Maintenance Required)이라는 표시였다. 그저께 저녁에 공항에서 SUV 차량인 도요다(Toyota)의 하이랜드(Highland)를 빌렸는데 승차감도 괜찮고 차도 잘 나가기에 앞으로 약 2주를 이용할 차라서 속으로 잘 되었구나 싶었는데 속상하게도 이러한 경고 신호가 켜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신호를 무시할 순 없고, 더욱이 차를 빌린 리치몬드(Richmond)는 지금 있는 이곳에서 거리는 멀고 해서 나는 어제 방문했던 세인트앤스 벨필드 학교가 있는 샬러츠빌(Charlottesville)에 위치하고 있는 공항 렌트카 회사에 가서 문제점을 설명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다른 차로 대체를 해 주는데 운 좋게도 그 차는 주행거리가 약 6,000킬로 정도 된 새 차였다.
짐을 다시 새로운 차로 옮겨 싣고 나는 다시 차를 달려 학생과 만나기로 한 페디 스쿨로 향한다. 사실 나는 이 페디 스쿨을 12시 30분까지 가기로 했는데 거리상 도저히 그 시간까지 못 갈 것 같아 도중에 입학 사무실에 전화를 해서 좀 늦을 것 같으니 학생에게 메시지를 전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다시 열심히 차를 달린다. 점심도 거른 채 속력을 내서 열심히 달려 학교에 도착을 하니 어느덧 시계는 3시가 넘어 있었다. 차를 주차하고 입학 사무실이 있는 본관으로 급하게 들어가니 다행히 학생이 그곳에 있다가 나를 보고 안도의 표정과 함께 왜 늦게 왔냐는 원망의 눈초리로 나를 맞이한다.
‘야!, 미안하다. 워낙 먼데서 출발을 하느라고 늦었다’ ‘아저씨가 좀 늦겠다고 하는 이메일은 받았지?’ 하니 ‘예’ 한다. ‘여하튼 다행이다. 나는 혹 너가 어디가고 없을까 걱정했는데’ 하며 ‘그나저나 점심 먹었니? 하니 ‘아니요’ 한다. ‘이 아저씨도 아직 점심 못 먹었다, 야’ 하며 ‘어떡하지? 오늘 저녁은 한국 식당에 가서 밥 먹자. 그런데 지금 이 시간에 뭘 먹으면 저녁을 제대로 못 먹을 것 같은데’ 하며 우리는 차를 타고 뉴저지 턴파이크(New Jersey Turnpike)를 타고 가다 휴게소에서 간단히 먹자며 피자와 음료수를 시키는데 맨 처음에 멋도 모르고 피자 두 조각을 달라고 하니 한 조각이 내 머리만하다. 깜짝 놀라며 한 조각만 주고 그거 2등분 해 달라고 한 뒤 학생과 간단히 먹고 다시 차를 몰고 뉴저지의 포트리(Fort Lee)로 향한다. 이른 저녁이지만 식당에 들어가 갈비와 생대구 찌개로 출출한 배를 추스르고 다시 차를 몰고 코네티컷 주의 댄버리(Danbury)로 가서 내가 평소 즐겨 이용하는 한 호텔에 체크인 한다.
어제 아침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이라곤 그저 운전 밖에 없는 것 같다. 여하튼 나한테 걸리는 차는 운이 억세게 없는 차이다. 어제 저녁에도 잠을 거의 못자서인지 몸이 아주 피곤하다. 몸을 씻고 자리에 누우며 학생에게 ‘아저씨 일단 좀 눕는다! 인터넷 하려면 하고 공부 좀 하고 자라!’하고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어느덧 기억이 없다. 아마 미국에 있으면서 이렇게 깊은 잠에 빠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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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입학 인터뷰 (2008년 1월)
